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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숲 | 2009/02/19 15:37

부산에서 먹는 양곱창

대학 1학년 때였나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나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은 어느날 그 녀석에게 그 비싼 양곱창을 배터지게 얻어먹은 적이 있다. 부산하고도 서면 뒷골목에 자리한 어떤 곱창집 건물이 그 녀석 모친의 소유였다. 그 날은 가게세를 걷는 날이었는데, 모친을 대신해서 수금업무에 임한 그 녀석이 친구들을 데리고 가서는 한턱 쏜 거다.
그 건물은 부산의 많은 곱창집이 그러하듯, 입구를 들어서면 홀 내부에 여러 가게들이 각각의 코너를 점유하고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친구는 영업장을 한바퀴 슥 돌면서 각 가게의 주인들로부터 돈다발을 수금했다. 그리고는 그 중 한 가게에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엄청 먹고난 뒤 꽤 비싼 금액이 나왔는데, 까짓거.. 수금한 돈다발 중 하나를 약간 헐면 될 일이었다. 양곱창에 관한 나의 추억은 대충 그런 것이었다.



부산 자갈치 시장 근처의 백화양곱창... 그중에서도 7번 가게의 양곱창 소금구이.
한번 가보려고 벼르는 집이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누지르시라.
이 사진도 거기서 퍼왔다. 사진 잘 찍는 분이다. 정말루.
이분 블로그 갈때마다 너무 실감나는 사진들때문에 심히 괴롭다.
서울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가끔 곱창이 먹고 싶었다. 사무실 근처인 무교동, 피맛골 등지에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곱창집이 있었다. 거기서 가끔 소줏잔을 기울이며 양곱창을 구워먹을 때 나는 위의 얘기를 꼭 한번씩 하고 넘어갔다. 어린 나이에 쉽게 먹기 힘든 비싼 양곱창을 공짜로 그렇게 많이 먹었던 거 하며,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거라는 거 등등의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울에서 먹는 곱창은 약간 스타일이 달랐다. 둥근 철판 위에 기다란 곱창을 한바퀴 두르고 그 속에 양과 대창등과 함께 감자며 양파며 각종 야채가 같이 오르는 일종의 '볶음' 형태였다. 거기에 김치며 파무침을 같이 굽기도 하고, 가게에 따라서는 곱창이 익어가는 철판에 소주를 약간 부어 '불쇼'를 한판 하기도 하는 그런 거였는데... 그것도 꽤나 괜찮긴 했지만, 나는 부산에서 먹던 스타일이 그리웠으니, 그건 바로 직화구의 방식이었다.

요것이 내가 서울에서 주로 먹던 스타일의 곱창구이...
이런 스타일도 나름 괜찮다. 여기서 퍼온 거다.
그러니까, 양곱창은 소금구이를 할 수도 있고, 양념에 재울 수도 있다. 그렇게 준비한 곱창을 구멍 숭숭 뚫린 석쇠에 올려서 연탄불이나 숯불에 구워먹는 거다. 같이 들어가는 야채는 마늘 정도... 그야말로 곱창 그 자체로 승부하는 거다. 이 때 곱창 속의 곱이 빠져나와 숯불위로 떨어지면 참 아깝게도 느껴지지만, 그래도 그런 방식이 더 맛나게 느껴진다.
알고보니 서울에도 그런 집이 많이 있었다. 역삼동의 '오발탄'이며 반포의 '서래곱창' 등등..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런 집들은 진짜 가격이 셌다. 대략 1인분에 2만5천원 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 소재 '홍순덕 전포양곱창'의 양념구이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보시라.
값싸고, 양많고 맛있는 좋은 집이다.

부산에 와서 기회만 보다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양곱창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홍순덕 전포양곱창'이란 집이었다. 양념구이를 주로 하는 이 집은 양도 많고, 값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두 사람이 가서 2인분만 먹어도 되는 푸짐한 양인데, 1인분에 15,000원이었나 그랬다. 대창의 굵기도 무엇보다 실하고, 곱창도 넉넉하게 나온다. 양도 씹는 맛이 좋다. 양과 대창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먼저 익는 콩팥과 염통을 먹어주면 좋다.
이집 양념은 매우 빨간 색깔이라 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매운 맛은 거의 없고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달고 안매운 고추를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고기를 먹고 나서 커다란 무 조각이 인상적인 소면으로 마무리를 하면 좋다. 뜨끈한 국물이 무척 감칠맛 난다.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양곱창을 한번 대접해 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부산에 오면 회를 먹긴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니까 한 2박 3일 일정이라면 하루는 회, 하루는 양곱창..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놀러들 오시라니까.

by 흰숲 | 2007/07/10 10:03 | 야구장도 식후경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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